ANCHOR 전환 뒤 대학 역량 시스템은 어떤 질문에 답해야 할까4분 읽기 · 0%
산업·정책

ANCHOR 전환 뒤 대학 역량 시스템은 어떤 질문에 답해야 할까

ANCHOR 전환 뒤 대학 역량 시스템은 어떤 질문에 답해야 할까

졸업까지 남는 기록들

대학생 한 명이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는 꽤 많은 기록이 남습니다. 수강한 교과목과 성적, 참여한 비교과 프로그램, 취득한 자격증, 상담 이력, 현장실습 이수 내역.

문제는 이 기록들이 한곳에 모여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학사 시스템에 성적이 있고 비교과 시스템에 참여 이력이 있고 역량관리 시스템에 진단 점수가 있습니다.

그동안은 이 구조로도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각 시스템이 각자 맡은 질문에 답하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책이 던지는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그 학생은 무엇을 할 수 있게 됐는지, 졸업 후 어디에서 일하게 됐는지, 그 과정이 지역과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묻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정부가 대학에 새 역량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요구한 것은 아닙니다. 달라진 것은 대학이 설명해야 할 성과의 종류입니다.

RISE 1년과 ANCHOR 재구조화

RISE는 2025년 17개 시·도에서 전국 시행됐습니다. 국고 약 2조 원을 블록펀딩으로 지자체에 넘긴 큰 전환이었습니다.

1년 만인 2026년 4월 교육부는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앵커) 추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ANCHOR는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를 뜻합니다.

재구조화의 배경은 한국대학신문 보도에 비교적 분명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라이즈 1년 차가 제도적 틀을 세우는 데 집중되면서 학생과 인재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직접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진단입니다. 예산이 넓고 얇게 퍼졌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습니다.

교육부 관계자의 표현은 더 직접적입니다.

"라이즈는 그동안 대학에 집중해온 정책이었다. 앞으로는 사람과 지역 인재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것"

방향은 사업 설계와 평가, 재원 배분 전 과정에서 학생의 취·창업 및 정주 성과를 중심에 두겠다는 것입니다. 학생이 체감하는 지원으로는 계약학과와 장기 직무실습, 기업 협업형 교육 프로그램, 창업교육과 창업 인프라 구축, 장학과 주거, 취업 연계 지원이 언급됩니다.

산업 연계는 단위가 커집니다. 17개 시·도 단위에서 5극3특 권역 단위로 점진 재편되고, 거점대가 주관하는 공유대학 컨소시엄은 기업과 공동개발·운영하는 교육과정을 필수로 포함해 이수자에 대한 기업 인증체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입니다. 같은 기획의 후속 기사에는 거점대 중심으로 자원이 집중되면 사립대와 전문대의 참여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도 함께 실렸습니다.

성과관리도 강화됩니다. 한국연구재단 웹진은 매해 추진계획 이행 정도와 자율 목표 달성도를 바탕으로 성과관리와 환류를 실시한다고 정리했고, 2026년 국고에는 성과평가 환류 몫으로 4,000억 원이 잡혀 있습니다. 한국대학신문은 앞으로의 평가 지표가 거버넌스 구축 수준을 넘어 실제 학생에게 필요한 지원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학생이 이를 얼마나 체감하는지, 최종적으로 취업률과 정주율, 교육과정 개선 등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중심으로 반영될 전망이라고 봤습니다.

비교과를 보는 기준의 이동

여러 변화 중 저희가 실무적으로 가장 크다고 본 대목은 비교과에 대한 판단입니다.

한국대학신문 보도에는 이런 진단이 나옵니다. 지금까지는 비교과 프로그램 중심의 지원이 많았는데 이 경우 사업 종료 후 성과가 제도 안에 정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방향은 이렇습니다.

"초기에는 비교과 형태로 시작하더라도 효과가 입증되면, 이를 정규 교육과정 안으로 편입시키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 두 문장이 실무에 주는 의미는 뚜렷합니다. 비교과 프로그램을 몇 개 운영했고 몇 명이 참여했는지를 세는 것으로는 부족해졌습니다.

어떤 활동이 효과가 있었는지, 그 효과를 무엇으로 보였는지, 그것이 교육과정과 학생 성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효과 입증이 정규 교육과정 편입의 조건이라면 입증에 쓸 데이터가 평소에 쌓여 있어야 합니다.

실무자가 받는 질문과 점수 화면의 거리

요즘 실무자가 받는 질문은 이런 것들입니다.

  • 어떤 교육과 활동을 거친 학생이 지역 기업 취업으로 이어졌는가
  • 특정 학과 학생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 비교과는 무엇이었는가
  • 학생은 졸업 전에 자신에게 부족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가

세 질문 모두 한 시스템의 데이터만으로는 답하기 어렵습니다. 첫 번째 질문만 해도 교과 이수 데이터와 비교과 참여 데이터와 취업 데이터가 같은 학생 기준으로 연결돼 있어야 합니다. 세 시스템이 각각 잘 돌아가는 것과 세 데이터를 이어 보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많은 대학의 역량관리 화면은 점수를 보여줍니다. 핵심역량 진단 82점, 비교과 포인트 350점 같은 숫자입니다.

이 화면을 본 학생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알기 어렵습니다. 담당자도 사정이 같습니다. 82점이라는 결과는 어떤 활동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달라져야 하는 세 지점

1. 점수 누적에서 변화 추적으로

지금 몇 점인지보다 언제 무엇을 거쳐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설명의 재료가 됩니다. 같은 82점이라도 입학 때부터 그 점수였던 학생과 특정 프로그램 이후 올라간 학생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듭니다. 변화를 보려면 진단 시점과 활동 이력이 같은 시간축 위에 놓여야 합니다.

2. 개별 시스템에서 연결 가능한 데이터로

모든 시스템을 하나로 합치라는 뜻이 아닙니다. 학사와 LMS와 취업지원 시스템은 그대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필요한 것은 같은 학생과 같은 교육과정을 가리키는 기준을 시스템 사이에 맞춰 두는 일입니다. 학과 코드와 교육과정 연도, 역량체계 항목이 시스템마다 다르게 관리되면 연결은 매번 수작업이 됩니다.

3. 평가용 집계에서 평소 쌓이는 성과 데이터로

평가를 위해 데이터를 만드는 것과 평소 쌓인 데이터를 평가에도 쓰는 것은 다릅니다. 앞의 방식은 보고 시즌마다 엑셀 취합을 반복하게 만들고 그 결과는 다음 평가 때 재사용되지 않습니다. 성과관리와 환류가 매해 이뤄진다면 취합을 이벤트가 아니라 상태로 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지금 점검해 볼 질문들

ANCHOR가 새로운 역량관리 솔루션 도입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학이 설명해야 할 성과가 달라진 만큼, 지금의 데이터 구조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지는 한 번 확인해 볼 만합니다.

  • 비교과 프로그램 하나를 지목했을 때 참여 학생의 이후 교과 이수와 성과를 이어서 볼 수 있는가
  • 역량 진단 결과를 특정 교과목이나 활동과 연결해 설명할 수 있는가
  • 학과 단위로 어떤 활동이 효과가 있었는지 담당자가 직접 조회할 수 있는가
  • 취업과 정주 관련 데이터가 재학 중 이력과 같은 학생 기준으로 연결되는가
  • 성과 자료를 만들 때 매번 새로 취합하는가 아니면 이미 쌓인 데이터를 꺼내 쓰는가

컴포넌트팀이 구축한 한 지역 대학의 역량관리 시스템에서도 교과목과 학생 활동을 역량체계에 연결하고, 학생과 학과와 관리자가 같은 데이터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도록 구성했습니다. 이 점수를 학생과 대학이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 데이터를 실제 시스템 구조로 옮긴 과정은 이어지는 두 글에서 따로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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